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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CORPORATION | NIKON D80 | Aperture Priority | Multi-Segment | Auto W/B | 1/2000sec | F4 | F4 | -0.67EV | 12mm | 35mm equiv 18mm | ISO-100 | No Flash | 2010:05:17 20:19:38

<계획과 실수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사진>

아침 일찍 호텔 조식을 챙겨먹고 하루 여행 일정을 계획하면서 가급적 하루 안에 산토리니의 많은 곳을 다니기 위해서 방문 순서를 정하고 출발하였습니다.

전날 대충 본 피라마을은 중심부에서 약간 북쪽이고 이아마을은 북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나머지 몇몇 방문할 곳들이 동남쪽과 서남쪽 방면에 있다보니 가장 마지막에 피라마을과 이아마을을 방문하기로 하고 동남쪽으로 돌아 서남쪽을 거쳐 북서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정하였습니다.

먼저 찾아 가기로 한 곳은 붉은색 절벽으로 유명하다는 레드비치를 가기로 하고 차를 탔습니다. 지도상으로 본 경로는 큰길 위주로 이동하다가 해안가로 난 길로 한뱡향으로만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허허벌판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한참을 달리다보니 서서히 샛길들이 보이고 푯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OOO Beach.. 등등의 해안들을 표시하는 푯말들이었지만 우리가 가고자 했던 해변은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자 급히 차를 세우고는 문뜩 잊었던 생각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에서 그리스로 떠나기전 렌트카 예약시에 네비게이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폰 용 그리스 지도가 담긴 네비게이션 어플을 미리 받아두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국에서도 도무지 그리스말로된 사용법을 알 수가 없어 목적지를 어떻게 설정을 해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아내지 못했던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미리 대처했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아이폰을 꺼내어 네비게이션을 실행하며 "아이폰 사길 잘했지? 이게 바로 그리스 지도가 있는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이야.."

한동안 그렇게 꼼지락 꼼지락 되면서 "음.. 이게 왜 모의주행만 되고.. 실제 경로탐색은 어떻게 하는거지?".. 역시나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방법을 알아내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뭘 누른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경로탐색을 할 것 같은 화면이 나오고 현재 위치가 잡힌듯 했습니다.

한 20~30분간을 그렇게 지체하다가 "으흐흐흐 이제 된다. 캬.. 봐.. 되자나.. 역시 아이폰이야!!"

- 아이폰을 자꾸 강조했던 이유는 국내 출시한지 얼마되지도 않았을 무렵 아내에게 동정 모드로 돌입하여 어렵게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출발한 차는 한참을 안내해주는대로 따라가며 해안가 근처에 다다르는 듯 해 보였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찾아가는구나..' 라는 희망찬 생각을 가지고 여유있게 풍경을 즐기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사진을 담기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세계 각지에서 온 듯한 여행객들을 만나며 반가운 마음을 한껏 뽐내고는 여행의 향취에 빠져서 목적지로 이동하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목적지는 분명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네비게이션은 오른쪽으로 안내 합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안내하는 동안 이렇다할 이상한 점 없이 길을 잘 안내해 주었다고 믿었던지라 믿고 안내하는대로 한참을 더 갔습니다.

해변이면 밑으로 조금씩 내려가야 하는게 맞을텐데.. 이상하게 길은 갈수록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처음에 넓었던 길은 어느새 점점 좁아지고 마치 서울 달동네라도 올라온 것 같은 마을에 당도하였습니다. 더이상 앞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일단 차를 주택가에 세워두고는 내려서 찾아보기로 합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집들뿐이고 조금 더 올라가자 동네 아이로 보이는 소녀가 대문 창살안에서 저희를 보고 있습니다. 반가워 가까이 가려하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사냥개 한마리가 저희를 향해 쫓아왔고 혼비백산한 아내와 저는 차를 행해 달렸습니다.

차에 타서도 열기를 식히려고 조금 열어둔 창문으로 사납게 뛰어 듭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아내가 창문을 올리려 수동식 레버를 열심히 돌려 닫고는 개가 조금 멀어진 틈을 타 차를 급히 후진해서 내려왔습니다.

진땀나는 짧은 순간을 지나 내려와 큰길로 접어 들어서는 이미 레드비치는 안중에도 없었고 지나가는 여행객들 차를 쫓아 가기로 하였습니다. 한참을 구불구불 길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더이상 갈 곳 없는 길이었고 어딘지 이름도 모르는 해안 절벽 끝에서 사진 몇장을 찍고 원래 계획했던 곳은 더 가지 않기로 하고 피라 마을로 가기 위해 다시 숙소인 호텔로 향했습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계획하지 않은 이름 모를 곳들을 가본 것도 나름 좋은 여행이었으리라 생각하며 숙소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는 다시 피라마을로 이동했습니다.

가기전에도 미리 조사한 바로는 산토리니는 피라마을과 이아마을만 보면 거의 다 본거고 2일 정도면 더 볼게 없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어쩌면 그다지 후회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여러 곳을 예기치 않게 돌아보고 다녔던 저희로서는 피라와 이아 두곳만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다시 간 피라 마을에서 첫날 가지 않았던 경로와 좀 더 구석구석 골목골목 그리고 파랑색 지붕이 아름다운 광고에서 늘 보던 그곳을 찾아 헤메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늘 수동적으로 제가 찍어주겠다고 하는 곳이 아닌 스스로 찍히고 싶어하는 장소를 찾아서는 "나 이곳에서 찍어줘" 라고 하였습니다.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큰 사진으로 보았을 때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으로 지금 이 사진을 주저없이 꼽았습니다. 하지만 작게 인화할려고 보니 아내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가끔 이 사진을 다시 보고 싶어 찾아보려고 하면 썸네일만 보고서 찾는게 무척이나 힘든 사진입니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사진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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