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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CORPORATION | NIKON D80 | Aperture Priority | Multi-Segment | Auto W/B | 1/2500sec | F2.8 | F2.8 | -1EV | 17mm | 35mm equiv 25mm | ISO-100 | No Flash | 2010:05:19 17:05:47

<갈등과 불씨>

아침 일찍 호텔 조식을 먹은 후 아내는 아테네에서 보낸 시간들이 많지 않다는데 아쉬움이 컸던지 지도를 펼쳐놓고는 호텔을 중심으로 가보지 못한 지역들을 가리키며 가보자고 합니다.

전날에도 쌓인 피로 때문에 일찍 쓰러진터라 아침이라고 별반 다를 수 없는 상황에 다른 곳을 더 봐야 한다는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여행 가이드 차원에 가져간 책자에서 추천한 아테네 외곽 지역에 항구 근처 도시를 가보자고 합니다. 아내가 추천한 곳은 공항과는 거의 반대방향에 위치한 곳으로 전철로만 이동할 수 있는 저희로서는 결국 그 지역을 가기 위해서는 호텔을 중심으로 다시 호텔로 돌어와서 공항으로 가야하는 방법 뿐이었습니다.

공항에는 항상 2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지라 저는 공항 쪽 방향에 위치한 관광지를 가는게 좋겠다고 추천하였지만 아내는 아내가 추천한 곳을 갔다 오더라도 시간상 충분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지도상 거리를 보니 약 10k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위치한 탓에 저는 10km면 상당한 거리이고 교통난이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봐서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다 탑승 시간에 제 때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견들을 내놓으며 쓸데없이 과한 논쟁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성이 오가며 여행 전체가 후회될 말들을 쏟아내며 흥분을 거듭하다 결국엔 아내의 주장대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지하철로 이동해서는 공항과 반대방향의 항구 도시로 이동하였고 여전히 아내와 저는 논쟁에서 비롯된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던 지라 표정이 좋을리가 없었습니다.

사진 속 아내의 얼굴에 잔뜩 그늘이 져있습니다. 그렇게 딴청 피우듯 취하는 자세에 화가 난 제가 제촉하듯 아내와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고 큰 항구에 들어서서는 서로의 행방을 잊은 채 찾아 헤메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이런 시간낭비는 쓸모없는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아내를 찾아서는 장난기를 부립니다.

아내도 충분히 상황을 알기 때문에 이내 얼굴을 피고는 남은 시간을 즐기고 머리에 담기 위해서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보는데 투자하였습니다.

마음을 고쳐 먹으니 의외로 남은 시간이 촉박한 것은 둘째치고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비슷한 풍경들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과일, 생선, 잡화 등등 많이 보던 한국의 시장과 유사한 모습의 시장도 보고 시내 버스도 타고 호텔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 내려서는 호텔까지 걸어서 가는 열정까지 발휘하며 많은 것들을 더 보고 즐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싸웠던 감정선이 쉽게 지워지긴 어려웠나 봅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겨 들고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다가 문득 전날밤 인터넷 수속 처리를 하며 처리된 내용 중 카타르 공항에서 사용할 티켓을(인터넷 수속 절차가 끝났다는) 인쇄해야 한다는걸 잊고 있었다는게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는 다시 호텔로 들어가 지배인에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고 카타르 항공사에 접속해서는 어제 처리한 내용들을 조회한 후 인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카타르 홈페이지 내용을 그리스 컴퓨터에서 인쇄하니 글자들이 모두 깨져버리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도무지 어떻게 할지를 몰라 이것저것 설정들을 고치고 해도 쉽게 맞지 않습니다. 몇번에 실패로 패닉 상태가 되어가고 이동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마음이 불안해지니 다시 감정이 조절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수차례 실패에 마지막 방법으로 화면을 캡춰해서 그림판에 옮기고 인쇄하니 훌륭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정도의 품질로 인쇄가 가능했습니다.

지배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여권이 들어가 있는 캐리어 앞 칸에 같이 넣어두고는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자 안도감이 몰려오면서 아침부터 쏟은 수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서 그냥 의자에 앉아서 마냥 쉬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공항 내 상점들을 둘러보길 원했고 내가 재촉한 시간만큼 남은 시간이 아깝지 않냐는 논리로 함께 쇼핑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짜증을 냈고 결국 아내는 혼자서 쇼핑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꽤나 시간이 흘러 어느덧 보딩타임이 되었고, 아내를 찾아서는 이제 30분 남았으니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는 아내를 재촉했습니다.

한참을 이동하자 탑승대기실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하물 검사며 소지품 검사를 위한 대기열에 줄을 서게 되었고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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