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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함장님의 가난이 내게 준 습관들에 대한 상담 입니다. 2004/11/01 20:09
[고민되십니까?] http://nfeel.co.kr/tt/472
이 글은 함장님의 이 글에 대한 http://harmjang.okjys.net/tt/index.php?pl=185 답변 입니다.


트랙백을 걸기가 난처할만큼 제가 쓴 글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함장님이 아직은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겨두고 있는 한은 그다지 비극적이지 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제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저는 어려서 부모없이 조부모님 곁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불우한 형편덕에 불우이웃 돕기를 하면 제가 항상 1번으로 지목될 만큼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남에게 슬픔을 보이거나 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오히려 더더욱 명랑한 척 했었고.. 불우이웃 돕는 물품을 지급받을 때면 외려 당당하게 받아 냈습니다.

그런 저를 급우들이 따돌리거나 업신여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어린시절이었으니까요..

함장님의 글을 빌어서.. 저는 그 흔한 짜장면 한그릇도 이웃집 아줌마들의 겟날에만 먹어볼 수 있었더랬습니다. 돈가스요? 돼지갈비요? 그런게 있었는 줄도 몰랐습니다. 돈가스라는건 대학에 들어와서야 알게된 단어니까요..^^;

솔직히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남들처럼 장학금 받고 다닐 형편도 안되었습니다. 그나마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으로 국립학교에 아주 싼 교납금으로 (장학금 바라보고 들어왔는데.. 3등으로 밀리는 바람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렵싸리 대학을 졸업하면서 IMF를 만났습니다. 1년동안 이력서를 수백군데 집어 넣었지만 결과는 보기좋게 낙방했고... 그중에 한곳이 월급여 60만원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업체도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사리 운영되다보니 첫달치 월급부터 나오지 않더니 두달동안 45만원을 받아내는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두달만에 회사는 여기저기 빚쟁이들의 성화와 법원의 독촉으로 문을 닫게 되었고.. 저는 실업자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되었죠.. 정말이지 그 두달동안 피눈물 나게 일했습니다. 7시 출근에 11시 퇴근.. 밤샘은 밥먹듯이.. 토요일은 10시 퇴근.. 일요일은 격주근무 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요..

실업자의 길을 걸으면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생각에 친구와 동업하여 홈페이지 제작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3평 반 남짓한 사무실이었지만.. 내 회사를 가졌다는 설레임과 기쁨은 그 어느 행복함 보다도 높은 것이었습니다. 근 6개월 간은 사무실에서 살면서 찬물에 봉지라면을 먹었습니다. (봉지라면도 찬물 넣어두고 오래 두면 뿔어서 먹을만 해집니다.)

게다가 어렵게 모은 돈으로 경제신문에 다른 10개 소호업체들과 조인트 광고를 내었습니다. 당시에 제게는 아주 큰돈인 80여만원을.. 그런데 운도 참 없죠.. 광고가 나간 바로 다음날 회사가 싸그리 털려 버렸습니다. 전화기 한대만 달랑 놓인 사무실에 출근해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는 망연자실 천장만 바라보던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런데 인생은 참 재미있기도 하죠...

건물주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보증금 200만원을 돌려받고는 그 돈으로 컴퓨터 2대를 다시 장만했습니다. 이대로 주저 않기에는 너무 분했습니다.

그이후로는 이상하리만치 사업이 잘되었습니다. 당시에 포기하고 다시 취업전선으로 뛰어 들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후에 사업도 번창하고 그때까지 절 기다려 준 아내와 결혼도 하게 되고.. 여기저기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오던 참으로 제 인생의 황금기가 도래했던 것입니다.

그때 욕심을 조금만 자제했다면 더욱 성장했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 모든게 앞으로 있을 제 인생의 새로운 교훈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토끼같은 자식과 사랑스런 아내와 두다리 쭉 펴고 잘 수 있는 내집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고되고 힘들다 할지라도 언젠간 빛을 볼날이 꼭 올거라 믿습니다. 아니 믿어야 합니다.

다만 그 시점을 조금더 앞당길 수 있도록 현재 모습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요...

함장님 마흔을 보지 마십시오.. 서른이면 족합니다. 서른에서 승부를 내세요...^^;

가끔은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지 않는 것보다 해보고 그 쓰라림을 느껴 보는게 좋을 때도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길게 쓴거 같네요..^^;

행여 누가 되었을 지도 모를 글이지만.. 제 나름에는 조금이라도 함장님 인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rackback0 | Comment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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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마 2004/11/01 22:10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음... 이렇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자수성가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죠.

내 자신이 무엇을 할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때도 많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사세요
Sieg 2004/11/02 00:31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우아. 멋지십니다^^ 함장님도 그렇고 7828님도 그렇고... 별 것 아닌 것에 처지는 제가 어리다는 것을 깨닫네요.;
함장 2004/11/02 00:57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b
7828 2004/11/02 07:53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란마 / 넵! 열심히 살겠습니다.

Sieg / 저도 별 것 아닌 것에 처지는건 마찬가집니다. 얼만큼 빨리 극복하는냐에 딸린거죠..^^;

함장 / 아자!
GONS 2004/11/02 09:16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뭐..아직 스물넷인 저는 창창창창창하다 못해
세상을 흔들 수도 있는 거겠쬬?ㅡㅡ;;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엄청난 녀석들을 보면서
좌절하고 있었던 제가 부끄럽네요.;;
zork2k 2004/11/02 10:54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화이팅입니다-_-!
7828 2004/11/02 11:32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GONS / ㅎㅎ.. 좌절하긴 한창 젊은 나이시네요..^^;

zork2k / 옙... 아자! (화이팅의 순 우리말 : 쓸려고 애 쓰는 중..ㅋㅋ)
sunca 2004/11/02 12:01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정말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거 아닌일에 나약한 마음을 먹는 저를 보니
댓글 달기도 참 부끄럽군요. :$

참 좋은 글 읽어서 힘이 날것 같군요!! :)
7828 2004/11/02 12:07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sunca / 네! 힘내세요.. 제 글과 함장님의 글이 힘이 되셨다니 그나마 한 몫 한것 같아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린애플 2004/11/02 12:35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 헤헤..
7828 2004/11/02 13:57 PERMALINK | REPLY | MODIFY/DELETE
그린애플 / 그린애플님은 '헤헤' 라는 웃음이 참 잘 어울리는 듯...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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