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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30 여자이야기: 원더우먼의 비밀 (8)
여자이야기: 원더우먼의 비밀 2004/01/30 14:46
[김C의 남자이야기] http://nfeel.co.kr/tt/191
그녀는 학교에 갔다와서 현관문을 벌컥 열자마자

다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다시 봐도 분명히 자기 집이 맞았다.

곧 이어 어머니가 우아한 걸음으로 나오는데,

그 날 따라 오른 쪽 다리를 약간 절고 계셨다.

"은아야, 내가 가구 배치 좀 다시 했어. 어떠냐?"

어머니는 집안을 완전히 들었다 놓으셨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사이에, 아무의 손도 빌리지 않고 혼자서.

거실 소파는 물론이고 심지어 안방에 있던 장롱까지

어머니 혼자 옮기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전투에서 얻은 부상이라곤

떨어지는 장롱서랍을 미처 피하지 못해

오른발등을 살짝 찧은 것뿐이었다.



여자는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힘이 센데..

나는 왜 책가방도 무거워서 쩔쩔 맬까."

여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삼손을 닮은 어머니의 위력을 부러워할 뿐,

그 발끝도 흉내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자정이 넘은 한밤중에

도배를 시작하셨다.

소파를 옮기고 책장을 옮기고 거실장과

29인치 TV까지 혼자 옮기는 어머니,

그리고 의자에 올라가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천장까지 도배하는 어머니는 바로 원더우먼의 환생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조용한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TV를 옮길 때면

그 TV를 따라 방석을 옮기면서도 시청을 멈추지 않았고,

어머니는 풀칠을 하면서도 곁눈질을 하시며 아버지의 동태를 살폈다.

그 순간, 그녀는 분명히 깨달았다.

어머니의 괴력은, 오랜 실망에서 솟아난 질긴 희망이라는 것을.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은 참 많다. 남자의 무관심과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인해 오래도록 지속되던 남자들 속에 품어진 몹쓸 유전자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하고 아무리 아닌척 하려해도 저런 모습이 완전히 가려지긴 참으로 힘들다.

일단 내 몸이 피곤하면 이기적으로 변하는게 인간 아닌가? 근데 남자는 더 심하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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