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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8 남자이야기: K씨의 설
남자이야기: K씨의 설 2004/01/28 14:45
[김C의 남자이야기] http://nfeel.co.kr/tt/186
명절이 다가올수록 K씨는 달력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말이 줄어들었고 생기도 줄어들었다.

결국 시든 파처럼 누렇게 변한 안색이 되었을 때쯤

고향에 계신 노모에게 전화를 드렸다.

'정말 죄송합니다...이번 설은 계속 일을 해야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난 K씨는 작년만 해도

특별한 이유 없이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귀성을 포기해야 했으니,

그에겐 귀성길에 필요한 최소한의 차비도 없는 것이다.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물량공세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어쩐지 그렇지 못한 형제보다 사회의 사랑은 못 받은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이미 현실에 눈을 뜬 조카들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빳빳한 만 원짜리에도 감사할 줄을 모른다.

게다가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동생에게

빈 지갑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그대로 보여줄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난 몇 년간 잔뜩 쪼들린 살림에

이미 주눅이 들어있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친척들에게마저 '누군 아파트가 몇 배나 오르고

누구네는 아이를 유학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약한 마음의 K씨는 명절날 숙직을 자처했고

회사에서 실향민의 명절풍경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나 보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숙직실에서 보낸 설날밤, 그는 늦도록 TV를 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밤, 시린 이불 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꿈 속에서 어머니는 그가 어릴 때 보았던 고운 모습이었고,

아무 말 없이 웃는 얼굴로 떡국이 놓인 상을 내오셨다.

상위에는 그가 좋아하는 약과가 세 개나 놓여있었다.

어느덧 2개월만 지나면 추석이다. 세상 사는게 참 어렵고 고달프다는거 몸소 체험하는 나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힘들고 더 많은 고민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힘들고 지쳐가는 K씨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놓지 말아야할 한가닥 희망이라는 밧줄만큼은 꼭 쥐고 있었으면 좋겠다.

늘 받아만 먹던 철부지에서 어느덧 철없는 아이들에 모범이 되어야 할 가장으로서 말 없이 웃어주는 어머님의 모습은 한없는 기쁨으로 추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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